러시아 차(茶 Tea)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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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홍차라고 하면 영국이나 프랑스를 먼저 떠올리지만, 진짜 유럽 홍차의 원조는 러시아다.
보드카의 나라로 알려진 러시아가 차 음용량에서도 세계 상위 순위에 있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일 수 있지만, 이와 같은 통계 수치를 통해서도 차가 러시아의 일상 음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 차 문화가 발달한 것은 무엇보다 지리상 아시아와 가깝다는 이유가 크다.
특히 오랜 중국과의 친교가 차 문화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카자크들이 16세기에 중국에 갔다가 차에 관한 정보를 러시아로 들여왔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문서로 확인되는 바에 따르면, 러시아에 차가 처음 들어온 때는 로마노프 왕조 최초의 황제 미하일 로마노프 황제 때다.  즉, 전설 속의 시기보다 한 세기 늦다.
차가 러시아에 처음 출현한 시기는 프로조롭스키(Д.И. Прозоровский)의 기록에 근거해 1638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러시아에 유입된 신문물로서의 차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약재로서 인식되었으나 17세기 후반을 지나며 점차 기호 음료로서 소비되기 시작했다. 

차에 대한 러시아 국내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중국으로부터의 차 수입이 본격화되었다. 
1689년 네르친스크조약, 1727년 부레야조약과 캬흐타조약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 간 국경이 확정되고, 공식적인 통상 관계 발전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 간의 차 무역은 국경도시 캬흐타를 통해 발전해 나갔다. 

러시아에서의 차 재배와 가공은 1896년 그루지야를 시작으로 아제르바이잔과 크라스노다르 지방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19세기 후반까지는 중국으로부터의 차 수입에 이른바 ‘티로드(Tea Road)’라고 불리는 육로 열렸고, 러시아 행상들은 약 6,000km에 달하는 실크로드를 수개월 동안 이동해 중국의 차를 사갔다.
또한 19세기 말부터는 정부가 중국과 일본에 조사단을 파견하고 좋은 품종을 이식하는 등 차 차 재배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그 결과 그루지야 서부의 아자르자치공화국, 아제르바이잔공화국, 카프카스산맥 북서부에 위치한 크라스노다르 지방 등에서 대량으로 차가 재배, 생산되었다.


19세기 후반 해상 항로의 개척과 1903년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완공되면서 티로드를 통한 카라반 무역은 중단되었다. 

차가 생산되는 중앙아시아의 여러 민족 사이에는 녹차가 널리 보급되었지만, 러시아인은 홍차를 즐겨 마신다.
일반적으로 러시아인은 따스한 홍차에 설탕을 넣은 후 우유 또는 레몬을 곁들여 마신다.
종종 설탕 대신 딸기로 만든 잼이나 벌꿀 등을 타서 마시기도 하는데 이는 러시아 홍차라 불리며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러시아 차 문화의 상징은 ‘스스로 끓인다’는 말에서 유래한 ‘사모바르(Samovar)’라는 특유의 화려한 찻주전자로 대변된다. 
사모바르라는 용기에 대한 기록은 1730년에 쓰인 고문서에서 발견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지만, 거기에도 기원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외에 당시 우랄 지방에서 쓰인 문서에는 구리로 만들어진 '연통이 내부에 있는 큰 냄비', '연통이 내부에 있는 증류통' 등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기타 여러 지역에서 사모바르를 상징하는 용기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러시아에서 사용되고 있었다는 정도로 알 수 있다.

러시아 가정에서 사모바르는 필수품으로, 19세기의 사모바르는 5~10루블 정도로 당시 노동자 월급에 가까운 가격이었지만, 가정마다 사모바르 한 대씩은 기존적으로 갖출 정도였다고 한다.
사모바르의 종류는 다양한데, 일반적인 착주전자와 비슷한 소형 사모바르도 있지만, 전통적인 가정식 사모바르의 생김새는 수도꼭지 같은 급수전이 앞에 달려있고, 용량은 무려 수 리터부터 수십 리터에 달한다.
사모바르는 철제이고, 외부는 은, 구리, 주석으로 만든다. 상류층에서 은으로 만들어진 사모바르는 선조 대대로 물려받아서 사용한다.

또 사모바르의 특징 중 하나는 화려한 장식인데, 번쩍거리는 구리 재질에 꽃이나 덩굴 모양을 조각하거나 러시아풍 그림을 그려 절정의 화려함을 뽐낸다.
난로 부분 가운데 숯이나 나무토막·솔방울 등의 땔감을 이용해 불을 피우는 곳이 있으며, 그 주위를 물로 채울 수 있게 돼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 전기나 가스로 끓이는 사모바르로 대체되고 있다.

[출처 : 러시아의 차(茶) 역사에 대한 소고(김용환)]
[출처: 중앙일보]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93> 세계 각국의 차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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