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상 이야기.

소품집

 

사진첩을 보다가 아빠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때의 사진들이 보였다.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가지고있던 사진들이었다.

어떤 날은 수 많은 것들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었고, 어느날은 힘없이 누워있던 날도 있었다.

아빠의 아프다는 말이 얼마나 많은 아픔을 참아내며 나오는건지 그때는 몰랐다.

그저 암이 재발했고, 항암치료를 위해서 입원을 했으나 몸이 약해서 체력부터 올려야한다고 했다.

사실은 알고있었다 이제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걸.

 

처음 아빠가 호스피스병동에 들어갔을때가 생각이 났다.

아직은 들어가기 이른 시기가 아닌가 싶었지만, 아빠가 원했으므로 호스피스병동에 들어가게 됐다.

날이 갈수록 웃음이 사라져갔고 몸은 말라갔다.

나는 뼈가 그렇게 날카로운지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살이 없어 누워있을때 너무 아파서 나중에는 앉아서 자는 날이 많았다.

남들보다 암의 전이속도가 2-3배는 빨랐고, 어느순간 몸이 붓기 시작했다.

 

2주간의 호스피스의 생활은 그나마의 아빠의 고통을 덜어줬다.

마지막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했으며, 서로 진솔하게 털어놓을 기회도 생겼다.

아빠는 매우 미안하고 또 미안해했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어린날의 나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나는 아빠를 미워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괜찮다고 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거라고, 그 시간들이 훈련받는 내 삶의 시간들이였다고.

우리는 원망하지 않고 이러한 상황에 감사했고 아빠 또한 감사했다.

 

부활절 주일 예배가 끝난 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의식을 잃고 호흡기에 의지하고있는 아빠가 보였다.

3-4일정도의 시간이 남았다고 했는데, 오후가 되어서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 했다.

우리는 그렇게 아빠에게 인사를 하며 아빠를 보냈다.

내 아빠여서 고마웠다고, 언젠가 그곳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그렇게 인사를 했다.

 

어느덧 4개월이 흘렀고, 문득 생각이나서 적어보는 이야기.

아빠, 생각보다 아빠의 빈자리가 크더라.

아빠는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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